다시 봐도 명작이고 안 봤다면 꼭 봤으면 하는 작품
평소 영화를 만든 감독이나 주인공을 제외한 다른 배우들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다 보니 분명히 봤던 영화인데 오랜만에 다시 볼 때면 깜짝 놀라는 순간이 더러 있습니다. 대체로 명작들이 그런데요. 어느 정도 나이대가 있다면 십중팔구 한 번쯤은 봤을 이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도 그랬습니다. 톰 크루즈라는 어마어마한 배우 외에는 특별한 기억이 없었는데 한참 뒤에 다시 보니 그 유명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연출한 작품이고 조연 배우들 또한 상당한 수준의 배우들이라는 것을 나중에야 알고 더 재미있게 감상했었어요. 대부분 이 영화가 SF 소설 원작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라는 것을 몰랐을 텐데요. 원작을 안 봤어도 감상에 문제없고 오히려 원작과 별개로 여기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고 합니다. 아무튼 오래된 영화라 구닥다리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지금 봐도 그렇게 이질감이 없고 오히려 현재의 기술과 비교하며 재미있게 볼만하다고 생각해요.
아직 안 했는데 나한테 왜 그래?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주요한 내용은 예지력을 가진 삼 남매의 예언을 보고 예비 범죄자가 범죄를 저지르기 전에 경찰들이 먼저 가서 범죄를 예방하고 체포하게 하는 것인데요. 사실 생각만 해도 죄가 된다는 것은 성경에 나올 정도로 강력한 수준의 규율입니다. 그래도 실제로 벌어진 범죄에 대해서만 처벌을 하는 것이 당연한 사회인데 저렇게 미리 예측해서 처벌을 해도 되나 싶은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어요. 물론 흉악한 범죄를 예방할 수 있다면 가장 좋습니다. 그 누구도 다치지 않고 피해를 입지 않은 상태에서 범죄자를 잡을 수 있다면 최고죠. 하지만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는데 처벌하는건 이상하지 않을까요? 실제로 경찰이 흉악 범죄 신고를 받고 출동하면서 사이렌을 울리는 이유는 극단적인 범죄를 저지르는 것을 예방하기 위함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보기에는 조용히 접근해서 잡아야겠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최악의 피해를 예방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이죠. 그런데 그렇게 현실 경찰들이 출동하는 것은 명백한 위협이나 범죄의 시도가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지 영화에서처럼 예측을 해서 체포를 한다는 것은 정말 어마어마하게 억울한 일입니다. 아무리 사회가 그것에 대해 합의를 하고 용인한다고 한들 그 화살이 나에게 향한다면 절대로 무조건 억울할 수밖에요.
인공지능이 나를 지목하게 될지도 몰라요.
영화에서는 예지력을 지닌 삼 남매가 갑자기 뜬금없이 범죄 행위에 대한 이미지를 떠올립니다. 초능력이라고 할 수도 있고 우리나라도 치면 무당 같은 존재이긴 합니다만 어쨌든 그냥 말로 하는 지목이 아니라 두뇌에 떠오른 이미지를 근거로 하고 있고 또 현장에 찾아가면 그 이미지와 같은 것이 나오니 신빙성은 상당할 것입니다. 그래서 확신을 갖고 예비 범죄자를 잡아들이는 것이겠죠. 그런데 예비 범죄자라는 말은 좀 이상합니다. 범죄를 저질러야 범죄자인데 범죄를 저지르지도 않았는데 범죄자 취급을 받습니다. 게다가 이 시스템의 맹점을 사용해서 주인공이 살인을 저지를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서 체포하려는 시도를 하는데 그게 예지자의 이미지로 떠오르면서 곤란하게 됩니다. 동남아에서 하는 셋업 범죄랑 비슷한 느낌이네요. 그런데 이런 것처럼 만약 인공지능으로 범죄를 예방하려고 한다면 어떨까요? 우리는 평소에 하는 모든 행위들이 추적됩니다. 그동안은 동의 없이 모든 데이터를 가져갔다면 이제는 웹사이트에 방문할 때마다 동의하게 하는 쿠키 수집도 그러한 개인 데이터 수집의 일환이죠. 종종 웹 서핑을 하거나 소셜 미디어를 보다가 내가 최근 필요로 하는 정보 또는 상품의 광고가 떠서 놀라거나 반가운 마음에 클릭한 경험은 여러 번 있을 것입니다. 호기심에 범죄 관련 키워드를 검색하거나 취미로 어두운 세계를 자꾸 검색하고 자료를 찾다 보면 당연히 그것도 수집이 될 것이에요. 아무리 쿠키를 지우거나 시크릿 모드로 활동을 해도 분명 누적이 될 것이라고 봅니다. 그렇게 해서 영화처럼 당장 체포하지는 않더라도 인공지능이 나 자신을 불량한 인물, 의심스러운 인물로 지목한다고 생각하면 인터넷에서도 뭘 함부로 하기 힘듭니다. 저는 이미 그런 경향이 없지 않아 있어서 조심스럽게 활동하는 편이에요. 반면 정말 괜찮을까 싶을 정도의 선 넘는 댓글들을 다는 사람들을 보면 정말 잃을 것이 없어서 저러는 것인지 몰라서 저러는 것인지 신기합니다.
저승에서 인터뷰를 하게 된다면 빅데이터는 포트폴리오가 될 것입니다.
신과 함께라는 작품을 정말 좋아하는데 저승의 실존 여부를 떠나서 죽음 이후에 삶에서의 행위를 평가받는 것이 좋았습니다. 내가 했던 좋은 일, 나쁜 일을 하려고 하지 않았던 노력들이 인정받는 기회가 있을 것 같아서 그렇달까요? 아마 과거에 비해서 현재의 저승은 망자를 분류하는 데 있어서 편리할 것 같습니다. 최소한 이 사람이 남긴 댓글만 봐도 상당한 평가가 될 테니깐요. 어쩌다가 여기까지 이야기가 빠졌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우리가 하지 않았던 것을 근거로 잡혀갈 일은 없겠지만 모든 행위와 생각, 언행이 누적되어 분명 평가받을 날이 올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영화라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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