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맘대로 감상평 / / 2022. 11. 4. 00:40

브로드피크, 안타까워도 결국 꼭대기만 정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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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그런 뻔한 산악 영화인 줄 알았어요.

보통 산악 영화들 중 상당수는 조난을 당한 뒤에 생존하거나 역경을 극복하는 정상 정복 영웅담인 케이스가 많은데 넷플릭스에서 공개한 브로드피크라는 영화도 그런 줄 알았습니다. 평소에도 산악 관련 콘텐츠는 좋아하는 편이라 부담 없이 클릭을 했는데 아뿔싸, 영어가 아니었어요. 영어로 된 콘텐츠도 자막을 보긴 보지만 그래도 약간은 알아듣다 보니 자막을 대충 보거나 가끔 자막과 들리는 말의 차이를 비교하는 재미도 있거든요. 그런데 아무래도 다른 나라 언어로 된 콘텐츠는 순간 끄고 싶어지는 충동이 생기곤 합니다. 그래도 영상미가 상당한 느낌이어서 쭉 보기로 결정했어요. 산악 관련해서 아주 조금의 관심이 있다면 브로드피크가 어디를 지칭하는지 알기 때문에 시기적인 배경과 맞춰보면 최초 등정 스토리겠다는 것을 대번에 알아챘습니다. 역시는 역시였어요. 폴란드 원정대가 K2를 정복하려던 찰나에 기상 조건이 좋지 않아서 어차피 어려운 김에 2명이 근처에 있는 브로드피크를 정복해보겠다는 제안을 하게 됐고 결국 주인공 마치에이가 단독으로 브로드피크 정상에 오르게 됩니다. 동료들에게 더 올라갈 곳이 없다고 무전을 하고 동료들도 축하를 하자마자 빨리 내려오라고 하는데 당연히 무리해서 올라갔으니 내려갈 때도 얼마나 힘들었겠어요. 그런데 그 과정들이 후다닥 지나가고 동료들의 도움으로 무사히 하산해서 영웅이 됩니다. 그런데 일반적인 산악 영화면 여기서 마무리가 되어야 하는데 아직 한참 분량이 남아서 무슨 내용으로 이어지려나 하고 몰입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부분부터가 진짜 이 영화의 스토리가 시작되는 것이었어요.

 

정말 가깝게 근접해도 꼭대기가 아니면 정상이 아니다.

주인공이 정상에서 무사히 내려오고 헬기로 이송을 할 때 동료 중 한 명의 어색한 표정이 카메라에 클로즈업 됐었는데 한 번이 아니라 몇 번이나 나오니까 동료가 그의 성공을 시기하는 건가 싶었거든요. 그런데 알고 보니 그가 정상에 오른 것이 아니라 17M 정도 낮은 바로 옆 봉우리에 올랐다는 것을 알았기에 안타까움을 숨기지 못한 것이었습니다. 어쩌면 안타깝다기보다는 주인공이 정상을 정복한 것으로 알고 기뻐하는데 거기에 찬물을 끼얹기는 싫고 그렇다고 진실은 알고 있으니 이도 저도 못하는 심정이 표정으로 나온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저 같아도 저렇게 기뻐하는데 실패했다고 말을 하기가 정말 어려웠을 것 같아요. 그렇게 타이밍을 놓치고 나서 주인공은 각종 언론에 영웅으로 나오고 인터뷰와 강연 등등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가 동료가 산악 잡지에 기고한 글을 보고 나서야 자신이 브로드피크 정상에 오른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주인공은 일부러 고의로 속인 것이 아니라 정말 자신이 정상에 올랐다고 믿고 있었고, 동료들은 시간적으로 봤을 때 정상에 오르기에는 너무 이른 시각이고 그렇다고 거기가 정상이 아니라고 했다면 1시간 반 이상을 더 올라가서 목숨을 보전하기 어려웠을 테니 내려오게 하기 위해서라도 거짓으로 축하를 해야 했던 것입니다. 우리나라 등반가 중에도 거짓으로 정상을 정복했다고 결과를 조작했다는 의심을 받아서 전 세계의 질타를 받았던 사례가 있었는데요. 그분 역시 정상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이었기에 정상이나 마찬가지 아녔냐며 넘어갈 수 있길 바랐겠지만 정말 아무리 매우 정상에 가깝더라도 그곳이 정상에 가까운 지점일 뿐 정상은 아니라는 것이 사실입니다. 얼핏 보기엔 작은 차이일지 몰라도 그 차이 때문에 목숨을 걸어가며 도전하는 등반가들이 있는데 그들을 존중하기 위해서 그리고 또 나 자신이 존중받기 위해서라도 거짓이 진실을 이기게 하면 안 되는 것입니다. 아무튼 주인공은 정말 그 작은 차이로 인해서 정상을 밟지 못한 등반가가 되었지만 목숨을 건질 수 있었습니다. 매우 고통스러웠겠지만 그럼에도 극복하고 행복하게 잘 살았는데 다시 기회가 생기고 끝내 브로드피크를 정복하고 맙니다.

 

목표를 이루기 위한 그 한 걸음의 무게

우리는 때때로 그 정도면 됐다는 생각으로 목표를 달성하지 않았지만 달성한 것으로 치는 경우가 있습니다. 돌이켜보면 가끔이 아니라 정말 많이 죄책감 없이 넘기는 사례가 상당히 많은 것 같아요. 개인의 과제부터 시작해서 건물의 붕괴를 야기할 수 있는 건설현장까지 다양한 분야, 다양한 곳에서 적당히 넘기는 사례는 찾아보면 한도 끝도 없을거예요. 목표를 이루기 위해 모두가 노력을 했지만 단지 그 한 걸음이 부족했을 뿐이고 멀리서 보면 목표와 그리 차이도 나지 않아 보이기에 그때 잠깐은 넘길 수 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결국 치명적인 문제로 이어질 수 있어요. 건물이 무너지는 것만 봐도 얼마나 끔찍한가요. 그리고 진정한 성공을 인정받고 성공을 위해 그 한 걸음에 목숨을 건 이들이 존중받기 위해서라도 적당히 정신은 사라져야 합니다. 융통성이라는 말로 넘기기에는 그렇게 하면 안 되는 분야가 참 많습니다. 아주 작은 한 끗 차이 때문에 실패하고 한다면 정말 더럽고 치사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그 한 끗 차이가 참 어렵다는 것을 그 누구보다 자신이 잘 알 것입니다. 영화 브로드피크, 이 영화는 역사적인 폴란드 산악인의 일대기를 보여주고 있지만 등반가들이 오르는 산이 우리 모두 각각의 이루고 싶은 목표라고 생각한다면 지금 이 시간, 하루를 더 열심히 살고 싶게 하는 그런 동기부여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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