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특수부대가 말을 타고 있는 포스터
현대 군인이 말을 타고 있는 모습은 영국 근위대 정도가 떠오르는 수준의 상식밖에 없다 보니 넷플릭스에 뜬 이 영화의 포스터를 봤을 때 이질감이 확 느껴졌었어요. 물론 크리스 햄스워스가 주연이라 보고 싶기는 해서 보자마자 찜을 먼저 눌러뒀었죠. 영화 내용에서 대원들이 말을 타고 달리는 모습이 몇 번 나오지는 않지만 포스터에 나올 만큼 중요한 장면이고 더 놀라운 것은 실화였다는 것, 게다가 월드트레이드센터 기념공원에 동상까지 세워졌다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큰 빌딩 2개가 서있던 자리를 비워서 극도로 절제된 공원을 만들어 버렸을 정도로 뭔가를 세우는 것을 최대한 자제했음에도 세워진 동상이라면 그 의미가 대단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왜 이들이 말을 타야 했을지는 간단합니다. 탈 것으로 준비된 것이 말이었고 그마저도 분대원의 반만 탈 수 있는 상황. 그래도 불만보다는 상황에 대처하는 넬슨 대위의 의연함이 가장 처음으로 놀란 장면이었습니다.
위험한 것을 알면서도 기꺼이 앞장서는 그들
미군이 주축이 되는 전쟁 영화를 보면 아무리 위험한 작전이라고 하더라도 자신들이 앞장서겠다며 치열하게 다투곤 하는데요. 선전 영화의 성격도 없지 않다보니 그렇게 연출된 것도 있겠지만 미군 정신은 좀 다른 듯합니다. 공을 세워서 진급을 하고 싶은 욕심이라기엔 이 영화에서처럼 아무런 인정을 받지 못하는 작전에도 기꺼이 나서거든요. 911 사건 이후 배후세력을 잡아내기 위해 아프가니스탄의 요충지를 폭격하기로 하는데 문제는 폭격을 유도할 팀이 필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알고 편안한 내근직이 확정된 상황에서도 그 자리를 박차고 다시 팀을 구성하겠다며 넬슨 대위가 격하게 어필합니다. 사실상 귀환이 불가능한 작전이기에 그렇게 나서려는 것을 상관도 이해를 하지 못하는데요. 스펜서 준위의 설득으로 다시 팀이 구성되어 생존확률 0%의 작전에 돌입하게 됩니다. 아프가니스탄 현장에서도 많은 팀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자신들이 맡게 되어 기뻐하는 모습이 정말 인상적이었어요. 작전 지역 침투를 차 누크로 하게 됐는데 구름보다 위로 날아가는데 산소마스크가 고장이 난 상태였습니다. 파일럿들이 쓸 마스크도 고장이라며 푸념은 하지만 그래도 꿋꿋하게 날아갑니다. 분대원들의 머리와 옷에는 하얗게 서리가 낄 정도로 춥고 산소가 부족하니 정신줄도 오락가락하며 구토까지 하는데요. 차누크로 그 정도 고도의 비행은 또 처음이라고 하니 침투 자체도 어마어마한 위험이 전제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 장면에서 분대원들보다 그들을 내려놓고 곧바로 다시 똑같은 코스로 돌아가야 하는 파일럿들이 걱정이 됐는데요. 비행 실력뿐 아니라 배짱과 일반인의 몇 배에 해당하는 체력이 느껴지는 장면이었습니다. 운전만 몇 시간 해도 피곤해서 쉬어야 하는데 대단해요. 아무리 교대로 한다지만 극한 상황이잖아요? 물론 우리나라의 군인들도 뒤지지 않으리라 보지만 미군 진짜 멋있어요.
라이벌에게 총이 아닌 악수를 건넨 장군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과 함께 손을 잡고 알카에다를 물리칠 군대의 장군인 도스툼은 다양한 언어를 사용할 정도로 스마트하면서도 매우 보수적이고 무뚝뚝합니다. 하지만 자신이 통치하는 마을에서는 여성도 배울 수 있게 해주는 열려있는 지도자였는데요. 다행히 넬슨과 점점 가까워지면서 작전 진행이 잘 되는 듯 했습니다. 그러나 마음이 급해진 미군 본부에서 또 다른 현지 군대와 손을 잡아서 투입을 시키려고 하니 정작 피를 뒤집어쓴 것은 도스툼의 군대이지만 점령지를 탈환해서 먼저 입성할 군대는 엉뚱한 라이벌 군대가 될 수 있게 된 것이죠. 당연히 불같은 성격에 열을 받을 수밖에 없고 서로 마찰이 생기면 북부 동맹이 와해되면서 작전 실패로 이어질 수 있게 됩니다. 때문에 가장 힘들었던 격전지에서 승리를 거두고도 마음을 놓을 수 없었는데요. 라이벌 장군과 맞닥뜨린 도스툼 장군은 누가 봐도 총을 겨누며 입성을 저지할 수 있었지만 쿨하게 악수를 건넵니다. 정말 멋진 장면 중 하나가 아닐 수 없어요. 물론 그는 다음을 기약한 것일 뿐 포기한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종종 관계 때문에 중요한 순간을 무너뜨리곤 합니다.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 것이고 그게 자연스러울 수 있으나 개인이 아닌 리더의 입장에서는 자존심보다 대의, 결과 그 자체만을 기준으로 결정해야 옳다고 봅니다.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결정은 그 누구도 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하지만 리더라면 불만족하는 일부의 비난을 수용하면서도 결과적으로는 옳은 결정을 해야 맞지 않을까요? 짧다면 짧고 스쳐간다면 스쳐가는 순간처럼 보일 수 있지만 우리 사회의 리더들이 보고 배웠으면 좋겠습니다.
마이클 섀넌의 출연에 놀랐던 이유
이 영화를 보자마자 감탄사를 뱉었던 순간이 바로 마이클 섀넌이 등장하던 순간이었습니다. 12 솔져스에서는 할 스펜서 준위 역할을 맡았는데 이 영화의 실제 배경이 된 사건을 만든 또 다른 영화에 등장하기 때문이었어요. 바로 월드 트레이더 센터라는 영화에서 사고 수습을 돕고자 자원하는 해병대원으로 나옵니다. 그랬던 그가 이렇게 폭격 유도와 점령지 탈환을 위해 투입되는 특수 부대원으로 나오다니 어떤 면에서는 중복 출연이라 재미있기도 하지만 그만큼 어울리는 역할도 없었을 거예요. 그리고 마이클 페나 역시 같은 월드 트레이드 센터의 출연진이었습니다. 건물에 깔려있던 마이클 페나를 구조하는데 마이클 섀넌이 중요한 역할을 했었어요. 출연자 돌려막기라는 인상보다는 기가 막힌 섭외라고 느껴졌습니다. 무엇보다 이 배우들의 연기력은 보증수표나 다름없잖아요? 재미있게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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