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맘대로 감상평 / / 2022. 11. 1. 23:21

페이스메이커, 지금 하는 일이 좋아서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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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떤 것도 혼자 할 수 없다!

마라톤은 혼자 하는 고독한 스포츠인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되면서 우승후보를 보조하는 역할이 등장하기 시작하죠. 대표적인 역할이 바로 페이스메이커입니다. 영화에서는 극적인 연출을 위해 페이스메이커가 반쪽짜리 마라토너인 것처럼 비하를 하기도 하는데 실제로도 그런지는 모르겠어요. 자신의 우승, 더 좋은 성과를 위해 희생하는 역할인데 단순히 고용 관계라고 하더라도 함부로 대해봤자 자신에게 좋을 게 있을까요? 아무튼 이 영화에서 김명민 배우는 또다시 엄청난 체중 감량을 하고 누가 봐도 마라토너스러운 몸을 만들었습니다. 정말 대단한 열정과 의지입니다. 그는 마라톤 유망주였지만 집안 사정과 신체적인 한계로 인해 꿈을 포기하고 동생의 뒷바라지에 전념하는데요. 워낙 뻔한 스토리여서 진부하다고 느껴질 수 있지만 딱히 고민할 것 없이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장점도 있는 듯합니다. 은퇴를 하고 나서 친구의 치킨집에서 배달 알바를 하며 지내는 모습이 현실적이면서도 안타까웠는데요. 가장 처음 나오는 장면이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이 바로 배달 오토바이가 망가져서 직접 달려서 배달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카메라 연출이 있었는지 대역이었는지 모르겠지만 몸이 진짜 가볍다는 말이 이런 것이구나라고 느껴질 정도로 사뿐사뿐 뛰는 것이 제 눈을 사로잡았어요. 그렇게 치킨 알바를 하고 있던 그에게 올림픽 마라톤 우승후보를 보조할 페이스메이커 자리 제안이 들어오게 됩니다. 자신을 혹사했던 감독님이 다시 부탁을 한 것인데 달리고 싶었던 그에게는 마지막 기회가 될지 몰라서 수락하게 되고 본격적인 스토리가 시작됩니다. 페이스메이커를 한 명만 대동하는 것이 아니고 경우에 따라서는 서너 명 그 이상을 고용하기도 하는 듯합니다. 바람막이도 되어주고 다른 선수들과의 마찰을 방어해주고 대신 물병을 잡아주는 역할 등등 페이스만 조절하는 게 아니었어요. 그리고 최근 베를린 마라톤에서 킵초게 선수의 물병을 운반하던 아저씨가 이슈였는데요. 세계적인 선수들에게는 자신의 물병을 직접 옮기고 건네주는 역할도 있다는 게 놀라웠습니다. 더 이상 마라톤은 혼자 하는 스포츠라기보다는 많은 협력이 있으면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는 스포츠로 봐야겠습니다.

 

지금 하고 있는 일, 재미있나요?

극 중에서 김명민 배우가 장대 높이뛰기 선수인 고아라 배우에게 넌지시 물어보는 한마디가 있습니다. 지금 하고 있는 것이 재미있냐는 말이었는데 약간 불량끼가 있는 고아라 배우 역시 손바닥에 굳은살이 배기고 살이 터져나갈 정도로 재미있게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당연히 김명민 배우는 좋아하는 달리기를 실컷 할 수 있으니 재미가 있을 수밖에 없죠. 물론 사람이 하는 일이 모두 재미만을 따라갈 수는 없다고 봅니다. 그게 현실이니깐요. 하지만 어떤 일을 하든 목표가 있다면 재미는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세계 여행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고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면 그 일 자체는 너무나 고통스럽고 힘들겠지만 여행을 위한 자금이 차곡차곡 쌓여가는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단순히 돈이 모이는 재미도 한계가 있습니다. 목적 있는 돈을 모아야 재미가 있는 법이에요. 그렇기에 아무런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일을 하고 있다면 한 걸음 물러나서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를 보는 내내 제가 하는 일이 재미가 있는지 돌이켜보는 시간이 됐어요. 가슴 벅찬 스토리는 가상의 영역이지만 제 자신을 대입하면서 푹 빠져들고 몇 번이나 다시 보게 됐습니다. 

 

이 영화를 보고 나면 뭔가를 하고 싶어질 것입니다.

영화 페이스메이커는 억지 감동 신파가 그렇게 강하지도 않고 개연성 없는 러브스토리도 없어서 꽤나 담백한 영화라고 느껴집니다. 그런 요소들이 없는 대신 영화는 끊임없이 하나의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애를 쓰는데요. 바로 하고 싶은 일을 하라는 것입니다. 시기를 놓쳤거나 환경이 갖춰지지 않아서 하지 못했지만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이라면 적당한 때는 따로 없다고 알려주는 것 같아요. 영화 뿐 아니라 실제로 그런 사례는 심심치 않게 나오니까 꿈만 같은 일은 아닐 거예요. 다만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는 갖춰져야 할 것이 꽤 많을 것입니다. 저는 가능하다면 그런 여건을 갖추고 하고 싶은 일에 전념하고 싶었는데 시간이 가면 갈수록 모든 것을 갖춘다는 것은 불가능하는 것을 깨달았어요. 왜냐하면 인간은 수명이 무한하지 않으니깐요. 때문에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주변에 도움을 구하려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우선 기존에 해오던 노력들을 잠시 내려놓고 새로운 방안에 힘을 쏟으면서 여건 마련에 최선을 다하려고 합니다. 그렇다고 여건을 다 마련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바닥만 다질 수 있다면 그것을 기반으로 도움을 구하려고 해요. 여러분도 이 영화를 보고 하고 싶은 것이 떠올랐다면 그나마 하고 싶은 것이 뭔지 모르는 이들보다 훨씬 나은 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근본적인 고민을 할 필요는 없으니깐요. 그저 방법만 찾아내면 됩니다. 부디 한 명이라도 더 많은 분들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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