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맘대로 감상평 / / 2022. 11. 2. 22:23

인투 더 스톰, 진정한 재난을 아는 사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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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을 위협하는 재난을 제대로 아는 이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겪은 이들은 모두 사망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런 심각한 수준의 재난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들은 다를지 몰라도 멀리서 목격했거나 미디어로 접한 이들은 그 재난을 제대로 안다고 하기 어렵습니다. 때문에 아무리 위험한 상황이 닥치더라도 잘 모릅니다. 겪어보지 않았니 모를 수밖에 없고 모르니까 안일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어요. 실제로 재난 안전 교육 현장을 나가보면 모두 웃어넘깁니다.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위기를 예방할 수 있을 텐데 집중을 하지 않으니 답답하고, 또 한편으로는 재난의 심각성을 제대로 마주해보지 않았다는 것에 긍정적으로 보려고 애를 씁니다. 하지만  실제로 다양한 재난 상황을 목격하고 실제 목숨을 구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안타까움이 커서 결국 열불이 나게 되더라고요. 결국 교육 현장을 떠났습니다. 네, 실제 제 이야기입니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저 역시 재난을 가까이서 지켜봤을 뿐 실제 겪은 당사자, 피해자가 아니기에 진정 재난을 아는 사람이라고 확언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 아닌가 하고 자괴감이 들기도 합니다.

 

알아주지 않아도 재난의 위험성을 알려야 할까요?

아무리 사람들이 무시하고 알아주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조금이라도 더 공부하고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알려야 할 의무가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습니다. 그 의견에 저도 공감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재난 안전 관련해서 캠페인을 벌이거나 교육을 하는 단체들을 보면 위험이 닥칠 것을 경고하는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마치 위험이 닥치길 바라는 것인가 싶을 정도로 반복하고 공포감을 조성하는 모습이 느껴집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관심을 갖지 않으니까 그럴 수밖에 없다는 것도 충분히 이해하지만 그 역시 부작용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치 양치기 소년의 거짓말 같은 것이죠. 그런 것도 극복할 수 있는 성격이 되어야 이 쪽 분야에서 활약할 수 있나 봐요. 저는 부족했습니다. 아무튼 거짓말이나 협박이 아닌 선에서 재난에 대한 강조는 지나치게 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강조해도 결국 재난은 일어나게 되어 있고, 오히려 크지 않은 재난이 반복되는 바람에 경계심이 약해지고 결국 큰 재난을 대비하지 못해서 엄청난 사상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이어지는 듯합니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안타까운 것이지만 누구의 책임을 찾는 것보다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원인을 분석하고 재난 안전 교육으로 이어져야 하는데 싸움으로 이어지다 보니 사람들은 외면하게 되고 다시 또 그 재난의 위험성은 잊히게 됩니다. 오히려 그 재난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는 사람이 불편함을 야기한다며 공격을 받기 일쑤입니다.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요?

 

위험이 코 앞에 다가와도 직접 겪고 나서야 깨닫게 됩니다.

인투 더 스톰은 폭풍을 가까이서 촬영하려고 애쓰는 다큐멘터리 촬영팀의 도전과 학교를 중심으로 한 주민들이 폭풍 속에서 생존하기 위해 발버둥 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촬영팀은 폭풍에 대해 잘 아는 전문가이기에 만반의 준비와 목숨을 거는 각오까지 한 입장이고 학생들과 주민들은 그저 평범한 군중을 대표하는 듯합니다. 폭풍을 촬영해야 필름을 팔아서 먹고살 수 있는 촬영팀은 각종 장비를 동원해 폭풍을 찾아다니지만 촬영에 실패하면 실망과 동시에 위험에 빠지지 않았다는 안도감을 동시에 느낍니다. 그리고 학교는 예정된 졸업식을 강행하며 사태를 악화시킵니다. 과연 학교 관계자들과 참여한 학생, 주민들에게 재난의 위험을 몰랐냐고 물어본다면 모른다고 할까요? 열 명이면 열 명, 백 명이면 백 명 모두 재난이 위험하다는 것은 안다고 할 것입니다. 단지 설마 지금 나에게 일어날까?라는 생각이 더 강했을 뿐이죠. 돈을 벌기 위해 촬영팀에 합류한 스탭도 장갑차가 떠오르고 트럭이 날아와서 덮칠 뻔한 위기를 겪고 나서야 하얗게 질린 얼굴로 중도하차를 하겠다며 고개를 가로젓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결국 촬영을 지속하고 상황은 극으로 달하게 되는 내용이에요. 정말로 결단코 차라리 일어나지도 않는 재난에 대해 자꾸 쓸데없이 언급한다며 욕을 먹고 마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상상하기도 싫은 끔찍한 재난이 벌어지면 '그것 봐라 내가 뭐라 그랬냐?'라는 마음보다 더 열심히 알리지 못한 자신이 부끄러워질 것 같아요.

 

평소 틈틈이 위급상황에 대해 시뮬레이션을 해보세요.

저는 습관적으로 새로운 공간에 들어갈 때면 탈출로를 미리 확인합니다. 동선 중에 소화기나 자동심장충격기 위치를 파악하는 것은 기본이에요. 매번 별별 사고를 떠올리며 이런 것을 체크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저 상황을 대비하는 것만으로도 안심이 되기 때문이에요. 지금 당장 어떤 상황이 벌어져서 대비를 해야 한다면 여러분은 문을 나가서 왼쪽으로 가야 할지 오른쪽으로 가야 할지 1초 안에 판단할 수 있을까요?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실제 상황에서는 더더욱 어려울 것입니다. 그런 일이 벌어지기 전에 탈출할 때는 이 쪽으로 간다.라고 결정해둔다면 써먹지 않는 게 최선이고, 정말로 만에 하나 상황이 터지면 찰나의 차이로 목숨을 건질 수 있는 신의 한 수가 될지도 몰라요. 항상 만약에 대해 안테나를 세워두시길 바랍니다. 예민하게 느끼라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이상하다 괜찮을까?라는 생각이 든다면 잠깐 정신을 바짝 차리고 주위를 둘러보라는 것입니다. 전문 지식이 없어도 충분히 대처할 수 있는 인간의 본능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그런 본능을 설마라는 이름으로 억제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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