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는 돌고 있는데 더 바쁘게 돌고 있는 것이 있어요!
우주에 대해서 생각할 때마다 매번 깜짝 놀라는 것은 지구가 회전하는 자전과 태양 주변을 도는 공전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에요. 로켓도 그렇고 비행기도 그렇고 물체가 높게 떴다가 내려오는 것은 자전과 공전의 영향을 받을 수 있지만 우리는 전혀 모르고 살죠. 그런데 지구 자체보다 더 바쁘게 빠르게 돌고 있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지구 안에 있는데요. 우리가 지구과학 시간에 배웠던 지각, 멘틀, 핵 있죠? 바로 핵입니다. 내핵과 외핵이 나뉘어있다는 것까지는 상식으로 알고 있지만 막상 지구 안에서 핵이 죽어라고 돌고 있다는 것을 생각할 일은 거의 없는 것 같아요. 그런데 지구 속에서 핵이 회전하면서 생기는 자기장이라는 것이 엄청나게 중요하다는 것 또한 잘 모르고 있다가 이 영화를 보면서 실감하게 됐어요. 그리고 이 영화는 그렇게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지구의 중요한 핵에 문제가 발생하고 그것을 해결하러 가는 스토리입니다. 물론 영화라서 가능한 이야기일 뿐 제 상식으로는 불가능한 것 같아요.
지구의 핵이 멈추면 어떻게 될까?
영화 내용 중 가장 충격을 받았던 것이 이 대목이었습니다. 지구가 자전을 하고 공전을 하고 있는데 안에 있는 핵이 멈추면 어떻게 되는 걸까요? 정말 많은 문제들이 생기겠지만 가장 심각한 것은 핵이 돌면서 만들어지는 지구의 자기장이 사라지면서 지구를 보호하던 막이 없어진다는 것입니다. 정말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인데 영화의 설정에서는 미국이 지진을 무기로 삼기 위해 인공적으로 지진을 발생시키는 실험을 하다가 잘못된 결과로 그만 핵이 멈춰버리는 일이 발생해버려요. 지구를 보호하던 자기장이 없어지면서 무시무시한 태양풍이 지구에 직접 닿는 장면을 보여주는데요. 바다가 바로 끓어오르고 다리가 끊어지기 시작하며 자동차 밖으로 내민 팔은 순간 화상을 입어버리는 등 상상만 해도 너무나 끔찍했습니다. 물론 실제로 정말 태양풍이 닿는다면 화상은 커녕 바로 숯이 돼버릴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지구의 소중함, 대단함을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는 장면이었어요. 아무튼 데스티니라는 지진 실험의 존재를 아는 이들이 다시 한번 지진을 일으키면 해결이 되지 않겠나 싶지만 아예 고장이 나버릴 수 있기에 직접 지구 안에 들어가서 핵폭탄을 터트리는 것으로 계획을 잡습니다.
지구 안으로 들어가는 게 우주로 가는 것보다 어려울까?
얼핏 생각하기에 땅을 파고 지구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우주로 나가는 것보다 어려울 것 같지 않은데요. 현재까지 인간은 우주 밖으로 엄청난 거리를 날아간 경험이 있지만 땅 속이 아닌 해저 깊은 곳조차 끝까지 탐사하지 못한 상황입니다. 엄청난 압력이 있기에 그것을 견디는 것도 어려울뿐더러 단단히 눌러져 있는 땅을 뚫고 가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우주로 가는 것보다 당연히 힘들 것입니다. 영화에서는 기상천외한 장치를 개발하여 들어가긴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우리 인간이 지구조차 제대로 탐사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곱씹어보면 소름이 끼칩니다. 마치 나 자신이 밟고 있는 땅도 모르면서 날려고 하는 욕심과 허세로 느껴졌달까요.
역시나 희생이 따르는 순간에는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흔한 클리셰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장치의 설계 실수로 인해 누군가는 목숨을 걸고 나가서 밸브를 돌려야 하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다들 자신이 희생하려고 하지만 결국 제비뽑기를 해서 결정하는데요. 그마저도 브래즐톤 박사가 자신이 만든 것이니 본인이 책임지겠다며 앞장을 섭니다. 사실 그 엄청난 압력의 땅 속에서 버티는 함선이 있다는 것도 말이 되지 않기에 사람이 밖으로 나가는 것은 더더욱 끔찍한 일인데 그걸 감당하겠다며 나가다니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밖으로 나가기 직전에 톰과 제리 마냥 서로 다투기만 하던 사이인 짐스키 박사가 먼저 진심을 담은 이야기를 전하고 브래즐톤 박사는 아무 말 없이 손을 내밀어서 마주 잡은 손을 한번 꽉 쥐고는 씩씩하게 나가는 장면이 볼 때마다 가슴이 먹먹해져서 소주가 급 당기는 명장면이었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를 다시 생각해보는 작품
사실 대책보다는 보상이 앞서는 각종 환경 운동에 대해서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 중 하나로서 지구 타령하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환경이 아니라 그냥 지구 그 자체에 대해 다시 한번 또는 처음으로 진지하게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영화의 설정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충분히 즐기면서 볼 수 있고 배우들이 지금 다시 섭외하려면 어려울 정도로 연기력이 대단한 배우들이에요. SF 영화 특히 우주, 지구에 관심이 있다면 이미 봤을 확률이 높은데요. 지구과학 교육 효과도 있어서 학교에서 종종 틀어준다고도 합니다. 하지만 SF 장르의 영화를 선호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등장인물들 간의 상호 관계나 틈틈이 나오는 재미 요소들은 가볍게 즐기기에도 매우 훌륭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내 맘대로 감상평' 카테고리의 다른 글
머니볼, 남들과 다른 방법으로 경쟁하기 (0) | 2022.10.08 |
---|---|
투모로우, 사상 최악의 추위가 온다면?! (0) | 2022.10.07 |
점퍼, 단 한 가지의 초능력을 가질 수 있다면? (1) | 2022.10.06 |
최후의 호흡, 심해에서 산소 없이 몇 분이나 견딜까. (0) | 2022.10.05 |
빅쇼트, 나 홀로 반대를 외칠 수 있는 배짱 (0) | 2022.10.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