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이 전부인 판에서 다른 방법을 선택한다는 것
아마추어 스포츠는 노력과 과정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겠지만 프로 스포츠에서 절대적인 것은 성적, 승패의 결과입니다. 그렇다 보니 남들이 하는 것은 무조건 해야 하고 할 수 있다면 남들보다 더 많이 해야 하는 것이 있습니다. 금전적인 투자인데요. 각 구단마다 쓸 수 있는 셀러리캡이 다르다 보니 머니 파워가 큰 구단은 승리할 확률이 더 높아지는 것이 기정사실입니다. 물론 구단주 또는 코칭스태프의 능력으로 선수를 특화해서 키울 수도 있고 스카우터가 가능성 있는 기대주를 조기에 낚아오기도 하지만 기대주는 기대주일 뿐 이뤄낸 성과도 없고 능력을 증명한 기회도 적기 때문에 도박이나 마찬가지죠. 잘 되면 대박, 안 되면 쪽박! 그렇기에 더욱더 돈을 확보하고 더 많은 돈으로 증명된 선수를 모셔오는 것이 프로 스포츠의 정석이 됐습니다. 물론 그것이 문제가 있지는 않죠! 프로는 성적으로 말하고 성적으로 돈을 버는 것이 목적이니깐요. 그런데 그 당연한 것을 뒤집어서 정반대로 가는 선택을 한 이들의 영화입니다.
가진 돈과 현실적인 선택으로 더 나은 팀을 만들 수 있을까요?
메이저리그 오클랜드 에슬레틱스의 단장 빌리 빈은 매번 좋은 선수를 키워놓으면 뺏기고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불만일 수 밖에 없는데요. 구단주에게 돈을 더 달라고 해도 주지 않으니 고민이 깊어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에 방문했다가 특별 보좌관인 피터를 발견하고 경제학도의 관점에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가능성을 알게 되고 그 즉시 고용해버립니다. 정말 화끈한 영입 과정! 클리블랜드에서도 딱히 중요한 인재로 생각하지 않았는지 영화 상에서는 쉽게 데려오는 모습인데요. 그가 제시하는 모든 제안은 오클랜드 팀의 고문들에게 격한 반대를 받게 됩니다. 왜냐하면 기존에는 전혀 고려되지 않았던 방법이거든요. 선수의 스타성, 가능성이 좋은 비싼 선수가 아닌 철저하게 데이터 상으로 우수한 성적이 아닌 필요한 수준의 성적을 보여주는 저렴한 선수들로 팀을 꾸리면 승률을 높일 수 있다는 계산이었습니다. 야구는 선수 개개인의 실력도 중요하지만 데이터에 의한 분석과 대응도 경기력에 많은 영향을 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비싼 선수가 값어치를 한다는 것은 불변의 진리이긴 합니다. 그만큼 현장과 시장에서 평가를 좋게 한다는 것이니깐요. 하지만 오클랜드의 형편상 비싸게 더 좋은 선수를 모셔오기가 어려우니 빌리는 피터의 말을 전적으로 따르라고 합니다.
우리도 남들이 하는 방법이 아닌 다른 방법을 택하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사실 남들이 하는 것만 따라도 중간은 갑니다. 하지만 성공한 사람들의 스토리를 보면 대부분 남들과 다르게 결정하고 판단합니다. 그에 반해 우리는 남들 하는 만큼만 하라고 종용받죠. 이상하지 않나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라는 말도 있지만 남과 다른 방법을 택하는 것이 꼭 리스크만 있는 것은 아니거든요. 잘 모르고 가르쳐주는 사람이 없으니까 시행착오도 많을 것이고 당연히 그런 것이 힘들 수 있겠지만 힘든 것이 위험한 것은 아니잖아요? 그리고 그 힘든 과정이 다 경험치와 노하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면 조금은 더 즐길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남들과 다른 방법을 택하는 최우선은 목표를 다르게 설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돈을 많이 벌자!라는 똑같은 목표라고 하더라도 돈을 어떻게 벌겠다는 그 과정에 대한 목표를 다르게 잡으면 수많은 사람들과 경쟁하는 것이 아닌 나 자신과의 싸움이 되는 것 같아요. 물론 그것 또한 용기가 필요하고 환경이 갖춰져야겠지만 무조건적으로 포기하지는 말자는 것이에요.
노력으로 되지 않는 것들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모든 스포츠에는 징크스가 존재합니다. 그 징크스를 신경쓰는 사람과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징크스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죠. 머니볼에서는 단장 빌리가 경기를 관전하면 그 경기는 패배한다는 징크스가 있습니다. 사실 최하위권 팀이었으니 웬만한 경기는 모두 졌을 텐데 빌리 스스로가 만든 징크스인 것 같기도 해요. 직접 관전하는 것뿐 아니라 TV 시청도 라디오도 경기 중계에 관련한 것은 피하려고 애를 쓰는 모습이 안타깝습니다. 게다가 피터의 전략이 성공해서 승승장구할 때에도 빌리는 경기를 보지 않았는데요. 그러다 19연승을 달성하고 역사에 남는 20연승을 앞두고 있을 때 빌리는 참지 못하고 직접 경기장을 찾게 됩니다. 지극히도 아끼는 딸이 경기장으로 가라고 말하거든요. 다 이긴 게임을 질 뻔하다가 끝끝내 승리를 하면서 본인의 징크스 때문에 지는 것 아닐까 하고 고통스러워하는 장면이 정말 안타까웠지만 승리 이후의 포효는 완전 사이다였어요. 이렇게 이상하리만큼 억울하리만큼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그런데 어쩌겠어요. 우리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런 것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편이 나을 것입니다.
잘하다가 한 번 삐끗하면 비아냥댈 거예요.
오클랜드가 21연승에 실패하자 그전까지는 데이터 야구가 진짜 대박이라며 찬양하던 사람들이 180도 태도를 돌변해서 야구는 데이터로 하는 것이 아니라고 비난을 하기 시작합니다. 우리도 마찬가지겠죠. 우리 나름의 선택으로 노력을 하고 성과를 내고 있을 때는 대단하다며 기특하다며 찬양하겠지만 조금이라도 틀어지면 그러면 그렇지, 그럴 줄 알았다 등등 매우 쉽게 돌변할 거예요. 그렇지만 그런 사람들의 비난이 내가 걸어오며 이룩한 성과를 무너뜨릴 수 있을까요? 단체로 비난하던 사람들 개개인의 인생과 내 인생을 비교했을 때 누가 더 부끄러울까요? 해봤자 안 될 거라며 시작도 안 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언젠가는 겪게 될 비난을 일찍부터 걱정하느라 집중하지 못하는 것도 바보 같은 짓입니다. 제가 그랬거든요. 머니볼을 보면서 많은 것을 느꼈던 것을 이 감상평을 쓰면서 다시금 마음에 새기는 시간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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