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퇴마, 구마 의식, 엑소시즘 끝판왕
귀신을 물리치거나 악귀를 쫓는 내용의 영화는 이 외에도 여러 작품이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 영화가 국산 퇴마 물 끝판왕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은 엄청난 연기력의 김윤석 배우님과 최강 비주얼 강동원 배우님이 주연을 맡아 포스터만 봐도 심장이 두근거린다는 점과 천주교의 화려함과 지나친 포장보다는 한국의 실정에 맞게 생활 연기까지 잘 담아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저렇게 구마 의식을 하고 있는지, 현재도 집행이 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실제 악마를 쫓아내는 것 이상으로 고통스러운 일을 하고 계실 분들이 존재한다는 것만큼은 확신합니다.
모르는 이들이 보기에는 그저 고통스러운 고문
영화에서 가장 안타까웠던 장면은 악귀가 씌인 소녀의 부모가 퇴마 의식을 격렬하게 반대하는 장면이었어요. 물론 평판도 좋지 않고 무슨 짓을 하는지도 모르겠으니 쉽게 수락하면 그것도 이상한 것이겠지만 구마 의식이라는 것이 목숨을 걸고 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괄시와 모욕을 당해야 하는 신부님의 입장을 생각하면 어찌나 서럽던지 제가 다 애가 타더라고요. 어떤 일이든 전문가가 있는 것이고 일반인이 잘 모르는 분야이기에 전문가가 필요한 것인데 제대로 하는 것인지 의심받고, 그 대가조차 더 깎으려는 우리 사회의 모습과 닮아있다고 느껴졌습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내가 하지 않는 일에 대해서도 더 많이 다양하게 배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나마 다행히 극한직업이라는 프로그램이 수많은 직업군에 대해 더 가깝게 이해할 수 있는데 도움을 줬고, 유튜브를 통해 자신의 일을 소상히 공개하는 경우도 있으니 더 나아지고 있긴 합니다. 그래도 쓸데없는 것 같아도 우리 사회가 더 서로를 인정하고 최선을 다하기 위해서는 서로의 직업, 하는 일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봅니다.
지금 나에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은 누군가의 노고 덕분입니다.
때때로 지금 이 순간 나 자신에게 아무 일도 생기지 않는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감사함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어디에나 쓰이는 전기만 해도 지금 이렇게 컴퓨터로 글을 쓰는 것도 전기 공사를 잘 해주시고 유지 보수에 최선을 다 해주는 분들 덕분이지 않나요? 게다가 인터넷 통신이 조금만 느려져도 답답한데 아예 먹통이 되어버리면 그야말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는데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아요. 공기가 인간에게 중요하다는 표현으로도 부족할 정도로 필수적인 존재인데 숨이 막히는 상황을 겪지 않는 이상 공기의 소중함을 모르는 것처럼 우리 삶에 정말 중요한 것들 중 티가 나지 않는 것이 너무나 많다는 것을 깨달아 갑니다. 하지만 내가 잘 모르는 분야라고 해서 또 어설프게 알기로는 별 것 아닌 것 같아서 함부로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진짜 많습니다.
모르는 것에 대해 함부로 이야기 하는 사람은 크게 당할 일이 올 겁니다.
평양냉면 육수를 처음 먹어보면 무슨 간이 되어 있는 것도 아니고 밍밍한 맛에 놀라고 가격을 생각하며 분노가 치밀어 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육수를 만들기 위해질 좋은 소고기를 손질해서 몇 시간을 우려내고 걸러내고 하는지 그 과정을 담은 영상을 본다면 생각은 많이 바뀌게 됩니다. 그 영상의 댓글만 봐도 다들 반성하고 있어요. 자, 이렇게 육수 하나만도 이런데 우리 생활에서 접하는 모든 것들은 또 얼마나 많은 노고가 들어갈까요? 저는 치킨 값 논쟁이 터질 때마다 참 안타까움을 느끼는데 치킨 값이 부담된다고 느껴질 정도의 수입이 불만이지 그 가격이 불만일 수는 없다고 보거든요. 모든 것이 갖춰진 마트에서 튀기는 것과 매장을 따로 갖추고 끊임없이 연구 개발하는 프랜차이즈 치킨집은 비교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또 실상 가격을 따져보면 많이 남기시는 것도 아니라는 사실 조금만 알아보면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실제로 프랜차이즈 본점에서 과하게 이익을 남기고 있고 그것이 선을 넘었다면 조율할 필요는 있겠지만 그것 또한 자연스럽게 조정될 수 있다고 봅니다. 아직은 우리가 사 먹으니까 계속 가격이 오를 뿐이죠. 아무튼 닭 한번 직접 손질해서 튀김가루 묻히고 기름을 끓여서 한 마리, 아니 한 조각이라도 직접 튀겨본 사람이라면 치킨집 사장님의 고생을 폄하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모르는 것에 대해 무시하고 막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해요. 그것이 타고난 것 아닌가 싶습니다.
이제는 좀 티를 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에서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분들은 대체로 묵묵히 일하시는 것 같아요. 바빠서 그런 것도 있겠고 직업의식만 투철해서 그러신 것 같기도 한데요. 회사마다 티를 내주는 역할의 부서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통신이 끊기지 않고 잘 될 때는 감사함을 조금도 느끼지 못하다가 통신에 장애가 생길 때만 불같이 화를 내는 사람들이 많을 텐데요. 오늘 어떤 지역에 무슨 문제가 있어서 해결을 했는지, 어떤 과정으로 유지 보수를 했는지 등등을 증거 사진, 영상과 함께 계속 보여줘야 한다고 봅니다. 해야 할 일만 하기에도 바쁜데 뭐하러 하느냐고 할 수 있지만 고객의 인식, 사회 전반적인 인식을 바꾸는데 조금이라도 영향을 준다면 분명 고생하는 분들에게도 위로가 될 수 있고 서로가 응원하며 이해하는데 기본 밑바탕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물론 아무리 알려줘도 모르쇠 태도로 계속 따지고 나 몰라라 하는 진상들은 계속 존재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알리는 것을 포기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어쩌다가 퇴마 영화 감상평이 여기까지 흘러왔을까요.
줄거리도 없고 영화에 대한 정보, 배우에 대한 이야기조차 없는 영화 감상평이지만 오늘은 정말 멀리 갔네요. 그런데 정말 진심입니다. 영화 속에서 영웅들이 신분을 감추거나 몰래 큰 일을 해내는 것처럼 우리 생활 속 진짜 영웅들 역시 티를 내지 않고, 또 티를 내지 않은 사람들이 몰라주는 것에 대해서 정말 많은 안타까움을 느끼고 있거든요. 여하튼 이 영화는 박소담 배우님의 소름 끼치는 연기 외에는 그렇게까지 호러스러운 장면은 없습니다. 편안하게 배우들의 연기력을 즐길 수 있는 작품이고 특별한 내용이 없기에 다소 실망스러울 수 있지만 감상 포인트에 따라 저처럼 전혀 엉뚱한 데서 몰입할 수 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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