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맘대로 감상평 / / 2022. 10. 5. 21:40

빅쇼트, 나 홀로 반대를 외칠 수 있는 배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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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를 한다면 반드시 시청할 필요가 있는 작품!

투자 용어 중 롱과 숏이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상승은 천천히 오래 걸린다고 해서 롱, 하락은 순식간에 떨어진다고 해서 숏이라고 외워두면 헷갈리지 않는데요. 빅쇼트는 말 그대로 어마어마한 하락을 뜻합니다. 투자를 하지 않더라도 1997년 한국의 외환위기 IMF와 2008년 미국 발 금융위기는 상식적으로 알고 있을 텐데요. 역사는 되풀이된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요즘처럼 미국이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위기를 감지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금리를 올려서 달러를 그야말로 엄청나게 강력하게 만드는 이 상황은 외환위기와 금융위기가 동시에 오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을 하게 만듭니다. 투자를 하지 않는 이들에게는 강 건너 불구경 같겠지만 엄밀히 따지면 비투자자에게도 경제 위기는 영향을 주기 때문에 관심을 갖고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물론 빅쇼트는 모두가 샴페인을 터트리는 경제 호황이 사실은 버블이었다는 것을 간파한 이들이 하락에 베팅한 내용이지만 모두가 한 방향을 바라볼 때 다른 것을 찾아낸다는 점에서 현재의 상황과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확신을 갖기까지의 노력과 한방을 키우는 배짱

크리스찬 베일이 연기한 마이클 버리는 실제 인물이며 빅쇼트 또한 실제로 벌어진 사건이기에 완전히 몰입해서 볼 수 있는데요. 투자회사를 운영하고 있던 마이클 버리는 모두가 돈으로 돈 먹기를 하는 상황에 대해 의문을 품고 호황의 근간이 되는 모기지를 면밀히 조사하게 됩니다. 모기지(mortgage)란 부동산을 담보로 한 대출을 뜻하는데요. 하나의 부동산으로 받을 수 있는 담보는 제한되는 것이 맞는데 무분별하게 대출을 받아서 매우 위험한 버블이 만들어진 것인데 모두가 절대 무너질 리가 없다며 호언장담할 때 그 위태로움을 발견한 이들이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찾게 된 것이죠. 아무래도 다수가 상승을 기대하고 있는 상황이었기에 한 방 제대로 터지면 확실하게 수익을 벌 수 있지만 당연히 실패한다면 그 또한 손해로 이어지기에 얼마는 베팅할지는 그릇에 따라 달라질 것입니다. 이에 주인공을 비롯한 여러 인물들은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최대치의 자본으로 하락에 베팅하는 공매도를 시도합니다.

결과가 나오기까지 고통스러운 인내의 기간

심층적인 분석과 직접 확인한 사실에 기반한 확신이지만 시장이라는 것이 예측대로만 흘러가지 않는 것이 당연합니다. 때문에 시장의 흐름과 정반대로 투자한 이들에게 있어서 방향이 바뀌기까지 견디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었을 거예요. 자신에게 돈을 맡긴 클라이언트들에게 온갖 모욕을 들으면서도 버티는 주인공과 평생 벌은 전 재산을 몽땅 걸어버린 헤지펀드 청년들도 그렇고 계속 기다리는 것이 엄청난 고통이었을 것입니다. 사실 현재 투자 시장을 보더라도 절대 떨어지지 않을 것 같은 종목에 확신을 가지고 대출까지 받아가며 무리하게 투자한 이들은 대출 이자를 내는 것도 버거워하고 확 줄어든 자산 가치 때문에라도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습니다. 팔자니 아깝고 버티자니 오를 것 같지는 않은 이 상황은 그나마 자기 자본으로만 투자한 이들은 버틸 수 있지만 영혼을 끌어모아 투자한 이들에게는 매일 아침 눈 뜰 때마다 반대 매매가 되진 않았을지 공포일 것 같아요. 하지만 리스크를 크게 가져간 만큼 버티고 또 버텼을 때 결과가 바뀐다면 엄청난 수익을 먹을 자격이 있다고 봅니다. 아무튼 영화에서는 이 고통스러운 시기를 잘 표현했습니다. 결과를 알고 있지만 보는 내내 숨통이 조여 오더라고요.

돈은 벌었지만 모두의 적이 되어버린 상황

주인공 마이클 버리가 부동산 하락에 베팅한다며 여러 투자 회사들에 선물 옵션을 사러 다닐 때 많은 이들은 말도 안 되는 제안이라며 비웃다가 그래도 끝끝내 거래를 하자 호구를 잡은 것처럼 기뻐했었는데요. 그의 행보로 인해 점점 부동산 하락에 대한 소문이 돌고 엉뚱한 놈의 정신 나간 짓으로 치부할 뿐 그 시그널을 눈치챈 이들은 매우 소수였습니다. 사실 강아지의 이름으로 부동산 계약을 할 정도였으니 무너지지 않는 것이 이상한 상황이었지만 숫자로는 그렇지 않았기에 상상하기 어려웠던 것이죠. 결국 모기지는 가장 불량한 등급에서부터 박살이 나기 시작했고 그 도미노는 걷잡을 수 없게 커지면서 절대 쓰러지지 않을 것 같던 대형 회사까지 크나큰 나락을 경험하게 됩니다. 그런데 돈을 벌었던 이들은 하락에 베팅을 한 것입니다. 말 그대로 망하기를 바란 것인데 문제는 그들의 베팅이 맞았다면 한 기업이나 산업 분야가 아닌 미국 전체가 망하고 더 나아가 다른 나라에까지 치명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이었죠. 경제 논리상으로는 전혀 문제 될 것이 없었으나 도의적으로 많은 이들에게 욕을 먹는 존재가 됐다고 합니다.

마이클 버리는 올해 빅 롱을 선언했습니다.

2020년부터 급격하게 경제 지수가 오르고 주식을 비롯한 많은 자산들이 상승을 했습니다. 이때 돈을 벌지 않은 투자자가 없다고 할 정도로 갈 곳 없는 돈이 모두 쏠리게 된 것인데 잔치가 끝나자 끝도 없는 하락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모두가 망했다며 고통스러워하고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인해 피눈물 흘리며 손절을 하기도 하는데요. 역시 이런 상황에서 마이클 버리는 다른 관점을 갖고 있습니다. 빅 롱! 미 연준의 결정으로 인해 디스인플레이션에 진입하고 물가가 빠르게 안정되면서 다시금 자산 시장이 오를 수 있다는 것인데요. 그렇게 선언한 것이 2022년 6월! 하지만 안타깝게도 끊임없이 인플레이션은 멈출 줄 모르고 미국의 기준 금리가 오르며 많은 나라들이 달러 대비 화폐 가치가 급락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그의 전망이 틀렸다고 볼 수 있지만 이 와중에도 투자의 기회를 보고 있다는 점에서 감탄하지 않을 수 없네요. 저는 이 영화를 해외에 있을 때 개봉을 해서 현지 영화관에서 봤었는데요. 사실 짧은 영어 실력으로는 그저 뉘앙스와 분위기만 파악할 수 있을 뿐 투자에 대한 상식도 많지 않았기에 그 당시에는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나중에 투자 공부를 하고 2008년 금융위기에 대해 알아가면서 다시 영화를 자막과 함께 보니까 소름이 쫙 돋더라고요. 어쨌든 어떠한 상황에서도 대세가 아닌 자신만의 관점으로 기회를 찾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과 고인물들이 시장과 반대로 가는 것은 겉멋이라며 말리는데요. 그럼에도 그렇게 해서 돈을 버는 이들이 존재하기에 그들의 이야기가 영웅담처럼 계속 노출되는 한 많은 개미들이 한 방을 노리며 섣부른 베팅을 할 것이고, 그렇기에 돈을 버는 이들이 생기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 이 영화는 꽤 길고 어쩌면 지루하다 못해 시청을 포기할 수도 있지만 주식을 하나라도 사봤다면 매우 흥미롭게 볼 수 있습니다. 배우들의 연기도 기가 막혀요. 부디 여러분의 계좌가 파란색으로 가득해지길 바라며 내 맘대로 감상평은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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