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의 삶이 주어진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많은 사람들,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영생, 또는 불멸을 꿈꿀 것입니다. 그 누가 죽고 싶겠어요. 그 염원을 담은 영화가 넷플릭스에서 나왔습니다. 올드 가드, 제목만으로는 뭔가 확 끌리지 않았지만 예고편을 보고 홀린 듯이 클릭해서 그 자리에서 끝까지 보고 몇 번이나 더 봤습니다. 주인공인 샤를리즈 테론 님이 정말 엄청난 매력을 발산하거든요. 무슨 만화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비율에 카리스마가 끝내줍니다. 아무튼 여러분에게 불멸의 삶이 주어진다면 어떤 삶을 살고 싶으신가요? 저는 일상이 조금 더 느긋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 영화를 보면서 저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감탄을 해버렸습니다. 불멸, 말 그대로 죽지 않는 것입니다. 올드 가드의 주요 인물들은 원인을 알 수 없지만 정말 죽지 않습니다. 가벼운 상처는 그 즉시 회복이 되고, 죽을 수밖에 없는 치명상에도 시간만 주어지면 원상 복구가 되어서 아무렇지도 않게 됩니다. 그런 능력을 가지고 나쁜 일을 할 수도 있겠지만 정의로운 일을 하기 위해 그 힘을 씁니다. 물론 의뢰비를 받아서 하기는 하지만 생계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겠죠? 만약 여러분에게 불멸의 능력이 주어지고 정의의 사도가 될 것인지, 악당이 될 것인지 선택할 수 있다면 어떤 선택을 할 것 같으신가요?
절대 죽지 않는다는 것은 끊임없이 고통이 이어진다는 것!
약간 중의적인 말일 수 있겠지만 고뇌, 힘듦의 고통이 아니라 정말 죽음의 고통, 최악의 고문이 이어지더라도 죽지 않게 된다는 것입니다. 죽지 않고 싶다는 생각은 다들 해봤겠지만 죽지 않은채로 계속 고통을 느낀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을 것 같아요. 불멸의 능력을 가지고 있는 주요 인물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다름 아닌 산 채로 잡히는 것입니다. 영화에서는 주인공의 가장 가까웠던 동반자(꾸인)가 마녀 사냥으로 몰려 시민들에게 붙잡히게 됩니다. 각종 고문을 당하는 것은 나오지 않아도 뻔하고 여기서 가장 끔찍한 형벌이 나옵니다. 관에 갇힌 채로 바다에 빠뜨리는 것. 불멸자라도 아가미가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물속에서 숨을 쉴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는 것은 물속에서 숨을 쉬지 못해서 사망했다가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살아나고, 또다시 숨이 막혀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는 악순환이 평생 이어진다는 것이에요. 얼마나 끔찍한지 상상만 해도 식은땀이 다 납니다. 어쩌면 살아있는 우리가 끊임없이 고통을 느끼며 살아간다는 사실을 비유한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면에서 죽음이 마냥 두렵기만 한 것은 아닌 듯합니다.
세상의 모든 맛을 느끼게 되는 미각 끝판왕
주인공 앤디가 동료들을 집합시켰을 때 부커가 선물을 가져옵니다. 파이나 빵 같아 보이는 덩어리인데 앤디는 그걸 한 입 맛보더니 눈을 감고 음미하기 시작합니다. 그때부터 동료들이 앤디가 모든 맛을 알아내는지 내기를 시작하는데 그 모습을 보니 익숙해 보였어요. 오래 살면서 끊임없이 탐닉할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미각일 듯합니다. 등장인물들의 몸매를 보면 그렇게 많이 먹는 사람들 같진 않은데 평생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 그런지 양보다는 맛에 집중했을까요? 아무튼 앤디는 말도 안 되는 미각을 뽐내며 인상적인 장면을 남깁니다. 만약 제가 불멸의 삶을 살면서 어떤 감각을 사용하는 취미를 가지게 될까 하는 엉뚱한 상상을 해보는 기회도 됐어요.
남과 다른 존재를 불멸자로 표현했을까?
주인공 앤디는 오랜 과거에는 신으로 추앙을 받았으나 중세에는 마녀로 몰리고 나중에는 영생을 얻고자 애쓰는 이들에게 실험체로 여겨지게 됩니다. 영화는 그냥 영화로 즐겨도 충분하지만 마음이 가는 영화는 내 삶에 대해 고민하게 만드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평범하지 않은 삶이 꼭 나쁜 삶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분명 주변 사람들과는 쉽게 어울리기 힘들어질 확률이 높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영화 중반부 흑인 여성 군인인 나일 프리먼은 중동 작전지역에서 총을 맞고 사망처리됐다가 막사에서 감쪽같이 살아납니다. 보통이라면 살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분명 치명적인 상처를 입었다는 것을 알기에 자신의 유령이나 괴물이 된 것처럼 불안함을 느끼기 시작하죠. 남과 다른 별종을 주변에서 받아주지 못하는 것도 있지만 자기 자신부터 받아들이기 힘들어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굉장히 몰입해서 보는 장면 중 하나였어요. 항상 다들 쉽게 하는 말이 있습니다. '남과 다르게 살아라' 과연 그게 말처럼 쉬울까요? 남들과 다른 삶을 산다는 것은 그렇게 하기도 어렵지만 남들과 다르게 살면 사회에서 배척받을 확률이 높기에 더더욱 어렵다고 봅니다. 그나마도 모든 이들의 공통적으로 인정하는 돈을 많이 번다면 그럭저럭 납득할 수 있겠지만 결코 마음속으로 인정하지는 않을 거예요. 이런 이중적인 모습들 정말 안타깝습니다. 영화에서도 나일 프리먼의 동료들은 그녀가 살아 돌아온 것을 반기기보다 믿기지 않는다며 거부감을 갖거든요.
불멸의 삶, 깔끔한 액션, 안구 정화되는 영화!
다른 감상평들을 보면 클리셰가 너무 많고 영화의 주제가 뭔지 모르겠으며 전형적인 넷플릭스 영화 같다고들 합니다. 정말 까다로운 평가 같지만 틀린 말도 아니라고 생각해요. 뭔가 작품성이 있는 훌륭한 영화를 기대한다면 선뜻 추천하기는 어렵지만 킬링타임으로는 제격이고, 저처럼 영화에서 엉뚱한 의미를 찾는 것을 좋아하는 취향이라면 꽤 즐겁게 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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