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맥주, 해외 맥주, 수입맥주 어쨌든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의 맥주를 접하는 것이 매우 쉬워지면서 역으로 한국의 맥주가 등한시되고 무시받던 시기가 있었는데요. 좀 더 구체적으로 보자면 라거 맥주와 에일 맥주의 차이에서 오는 밍밍함이 큰 차별 원인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저는 라거 맥주도 좋아라 하는 편이라 국내외 어떤 맥주든 맛있으면 다 좋아하거든요? 그런데 맥주 시음회를 경험하면서 그 차이를 알게 되고 맥주의 맛도 더 자세하게 즐기는 법을 알게 됐습니다. 수제 맥주를 더욱 풍요롭게 즐기기 위한 필수 상식 딱 몇 가지만 공유해볼게요.
라거와 에일의 차이점!
한국 사람들이 해외 수제 맥주를 먹다가 놀라는 것이 바로 맛의 차이인데요. 그 차이 중 상당수는 라거와 에일의 차이점일 것입니다. 대체 그 2가지의 차이점은 무엇일까요? 바로 발효 과정의 차이입니다. 상면발효는 에일, 하면발효는 라거라고만 알아두기엔 많이 생략이 된 느낌이라 조금만 알아보면 맥주는 오래전부터 발효를 통해 만들었고 점차 안정적인 발효를 위해 맥아를 만들어서 활용했습니다. 그렇게 효모로 발효시킨 맥주는 에일이에요. 그런데 나~~중에 뮌헨에서 에일 맥주를 만들 때보다 낮은 온도에서 발효가 잘 되는 것을 발견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낮은 온도에서 발효된 맥주를 시원한 곳에서 여러 달 숙성하면 깔끔한 맛의 맥주가 나온다는 것을 알게 됐대요. 그러니까 쉽게 보면 에일 맥주가 라거 맥주의 조상인 셈입니다.
더 쉽게 이야기하면 라거 효모는 에일 효모에서부터 나왔다고 봐도 무방하죠. 그런데 수제 맥주를 만들어먹는 분들을 보면 대부분 에일 맥주를 만들지 라거 맥주를 만들지는 않잖아요? 왜일까요?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에일 맥주에 비해 라거 맥주를 만드는 것이 까다롭기 때문입니다. 비교적 높은 온도에서 이 삼일 만에 발효가 끝나는 에일 맥주를 만드는 것보다 낮은 온도에서 1주일 길게는 2주일이나 발효를 해야 하고 또 1차 발효 이후 매우 낮은 온도로 2차 발효, 숙성까지 해야 하는 라거 맥주는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닐 거예요.
대기업이 만들었고 흔하게 마실 수 있고 저렴하니까 하이트, 카스 같은 맥주를 무시할 수 있다는 것은 몰라서 그럴 수 있는 듯합니다. 오히려 더 만들기 까다롭고 어려운 맥주를 부담 없이 쉽게 마실 수 있다는 것에 그저 감사하게 되더라고요. 라거 맥주가 아직도 만만하다면 일본의 라거 맥주를 떠올려보세요. 아사히나 에비스 등을 보면 라거 자체가 에일에 비해 부족한 것은 아니라는 게 확 와닿으실 듯합니다. 하나만 더요! 라거는 낮은 온도에서 만들다 보니 당연히 탄산도 더 강할 수밖에 없습니다. 덕분에 청량감은 기본이고 개성이 없어 보이는 국산 라거는 그만큼 담백하게 잘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그 덕에 음식과 잘 어울리는 것 아닐까요?
에일의 종류 체크!
페일 에일은 pale이라는 단어 그대로 색이 옅은 맥주인데요. 쌉싸름하면서 황금빛이 도는 것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다음으로 에일 좀 마셔봤다 하는 분들은 IPA를 선택하시는데요. 인디아 페일 에일이라는 풀 네임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영국이 인도로 맥주를 수출하기 위해 개발된 맥주입니다. 맥주에 홉을 넣는 이유가 상하지 않도록 하는 것인데 영국에서 인도로 가는 먼 여정 동안 상하지 않으려면 홉을 많이 넣었겠죠? 덕분에 쓴 맛이 강해지고 도수도 높아서 뭔가 개성 있는 맥주를 즐기기엔 가성비가 좋다고 보입니다. 포터는 진한 색의 흑맥주입니다. 보통 초코맛이나 캐러멜향을 느낄 수 있다고 해요. 끝으로 바이젠은 보리와 밀이 섞인 맥주인데 간단히 거품이 많고 부드러운 것이 특징입니다.
이 정도만 알아둬도 수제맥주를 즐기는 데 있어서 적어도 선택 장애가 오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그럼 위켄드커먼 천안점에서 진행했던 수제맥주 시음회를 통해 마셨던 맥주 몇 가지 소개해드릴게요. 위켄드에서 취급하는 맥주들이니 드셔 보고 싶다면 방문하기 전에 꼭 확인해보시고 이 시음회는 살찐돼지의 맥주광장 을 운영하시는 한국맥주교육원의 김만제 원장님이 진행해주셨어요. 아 정말 기회가 된다면 한국맥주교육원에서 맥주를 제대로 배워보고 싶네요!
위켄드커먼 천안점 룩비욘드샵을 검색하시면 됩니다. 천안시 동남구 청수12로 34 1층 화요일~목요일 13~19시 금요일~일요일 13~22시 매주 월요일과 둘째주 넷째주 일요일은 휴무! |
슈무커 헤페바이젠
자세한 설명보다는 제가 기억하는 맛만 서술해보겠습니다. 밀맥주답게 영롱한 황금빛이 정말 예뻤어요. 그리고 바이젠 맥주의 특징인 부드러운 거품도 인상 깊었습니다. 병을 열자마자 마셨을 때 강한 탄산보다는 신맛이 먼저 느껴졌는데요. 내공이 없는 상태에서 설명을 들으며 마셔보니 그 신맛이 자꾸 마셔보게 되는 포인트가 된 것 같아요.
사무엘 스미스 임페리얼 스타우트
스타우트라는 이름에서 짐작했다시피 흑맥주입니다. 굉장히 유명한 영국의 양조장이라고 하는데요. 검은색이 거의 간장 수준으로 진했어요. 커피맛도 나고 진한 초콜릿향도 나면서 한약에 들어가는 감초의 달달 씁쓰름한 맛 등등 복합적이었습니다. 너무 진해서 제 취향은 아니었지만 영화 킹스맨에 나왔던 기네스 있죠? 기네스 흑맥주를 일부러 찾아서 마셨던 기억이 떠올랐고 조금씩 홀짝이며 길게 즐기기에 좋을 듯합니다.
바빅 슈퍼 필스
라거는 라거인데 뭔가 좀 다른 라거를 찾는다면 이 녀석입니다! 황금빛이 돌면서 굉장히 맑아 보이다 보니 국내 라거 맥주들처럼 심심할 것 같지만 홉의 향이 충분히 느껴지는 재미가 있어요. 그러면서 깔끔하고 청량함이 있다 보니 향이 있는 라거를 찾는다면 강력 추천. 제 입에도 매우 잘 맞았습니다. 안주 없이 마셔도 충분히 좋은 라거!
시에라 네바다 토피도 엑스트라 IPA
시음회답게 맥주의 재료들도 볼 수 있었는데 평소에 볼 수 없는 홉도 볼 수 있었거든요. 향이 정말 엄청나게 강했는데 그 홉향을 제대로 살린 맥주였습니다. 과일향이나 솔잎향이 났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슈퍼 필스 정도가 제 혀가 즐길 수 있는 정도라 그랬는지 처음엔 깜짝 놀랐습니다. IPA 자체가 홉을 많이 넣은 종류라는 것을 배운 덕에 재미있게 맛을 봤었어요. 향을 마시는 기분이 들었을 정도!
벨칭 비버 피넛 버터 밀크 스타우트
라벨부터 정말 귀엽고 어떤 맛일지 기대가 되는 맥주였습니다. 깔루아 밀크 같은 개념 아닐까 싶었는데 그런 초코우유 같은 탁한 비주얼은 아니었고 흑맥주보다는 살짝 덜 다크한 정도? 맥주는 확실히 맥주였습니다. 땅콩 버터 향이 확실히 났고 살짝 그을린 듯한 구수함도 같이 느껴졌던 것으로 기억이 납니다. 맥주를 처음 접하는 아이들에게 권하면 큰일 날 것 같은 맥주랄까요? 재미있는 맥주를 찾는다면 강력 추천입니다!
드래곤스 밀크 버번 배럴 에이지드 스타우트
용의 우유라니.. 용젖 맥주! 일단 도수부터 11%라서 강한 알콜이 기대되는데요. 라벨이 정말 취향 저격! 병만 수집하고 싶을 정도! 버번 위스키를 만들고 난 버번 배럴에서 숙성을 시켰기에 향도 풍부하다고 하는데 신기하죠? 그렇게 맥주를 만들기도 하다니!! 확실히 오크통의 향이 나고 바디감이 묵직한 흑맥주로 기억을 합니다. 전혀 색다른 맥주를 경험해보고 싶다면 추천!
오리지날 리터구츠 고제
고제는 독일의 시큼한 맥주 스타일이라고 해요. 그 중에서 근본 오브 근본이 되는 맥주가 이것이라고 하는데 와 정말 엄청 신맛이 강합니다. 그리고 뭔가 물을 찾게 되는 짭짜름! 이런 맥주는 처음이었다 보니 강렬한 인상이었는데 그렇다 보니 마지막에 맛볼 수 있게 해 주신 것 같아요. 김만제 원장님이 이 맥주가 처음에는 이상할지 몰라도 나중에 생각이 날 것이라고 호언장담 하셨는데 확실히 생각이 나네요!
이상 위켄드커먼 천안점 시음회에서 마셔봤던 맥주들을 기억하기 위한 제 비루한 소감들과 수제맥주를 즐기기 위한 상식 포인트 2가지를 정리해봤습니다. 세계맥주가 들어왔을 때에도 거의 라거맥주 위주로 마시고 그나마 밀맥주 조금 즐기기 시작했던 정도의 맥린이여서 정말 유익하고 즐거운 시간이었는데요. 이 외에도 정말 다양한 맥주들이 바틀샵에 준비되어 있습니다. 저도 룩비욘드에 방문할 때마다 한 두 가지씩 마셔보려도 서울에서 천안까지 자가용 대신 전철을 타고 가는데요. 그때 그때 추천받아서 마시는 재미가 상당합니다. 서울 지점이 없나 찾아보니 판교에 커먼 키친이라는 식당을 운영하시면서 맥주도 같이 파시나 봐요! 꼭 가보고 싶습니다!